초짜들도 이해하는 2차전지
배터리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읽는 책. 밸류체인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각 칸의 회사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지금 2꼭지까지 썼어요.
초짜들도 이해하는 2차전지
땅에서 캔 돌덩이가 차에 실리기까지
[2칸] 소재로 바뀐다
LFP냐 전고체냐 — 소재 3사의 삼파전
전기차가 예상만큼 안 팔리는 시기(캐즘)를 소재 3사 — 엘앤에프,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 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버티고 있다. 셋 다 “양극재를 판다”는 같은 사업을 하면서도, 지금 뭘 밀고 있냐고 물으면 답이 셋으로 갈린다.
엘앤에프: “LFP로 간다”
엘앤에프는 인터배터리 2026(2026년 3월)에서 LFP(리튬인산철) 양극재의 신기술을 여럿 공개했다. 전구체 없이 만드는 Fe2O3 공정, 자체 개발한 FP 기술, 그리고 밀도를 더 높인 3세대 LFP까지. 국내 양산은 2026년 하반기를 목표로 잡았고, 완성되면 연간 6만 톤 — ESS(에너지저장장치) 24GW어치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엘앤에프가 이 발표에서 강조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원가(LFP는 원래 NCM보다 싸다), 다른 하나는 비중국 공급망이다. LFP 시장은 지금까지 중국 업체들이 꽉 잡고 있었는데, 여기에 중국 소재를 안 쓰는 대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에코프로: “LFP 대신 전고체로 간다”
에코프로(정확히는 계열사 에코프로비엠)는 정반대 길을 택했다. LFP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 대신 아직 아무도 양산하지 못한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에 걸었다.
4년 전부터 황(유황)을 쓰는 고체 전해질을 개발해왔고, 지금은 연간 40톤 규모의 시험 생산 라인을 돌리고 있다. 양산은 빨라야 2027년으로 본다. 기존 LFP 생산 라인은 없애지 않고 남겨두되, 추가 투자는 하지 않고 있는 만큼만 고객과 협의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에코프로의 논리는 이렇다 — “지금 중국과 싼 값 경쟁을 해봐야 이길 수 없으니, 아직 아무도 못 만드는 것에 먼저 가서 기술 격차를 벌린다.”
포스코퓨처엠: “LFP도 하고 전고체도 한다”
포스코퓨처엠은 둘 다 붙잡았다. 2026년 8월 초에는 LFP 양극재를 배터리 회사에 대규모로 장기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그보다 석 달 전인 5월에는 LFP 양극재 공장 착공 소식과 함께 실리콘 음극재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는 소식도 냈다. LFP(양극재 쪽 원가 절감)와 차세대 기술(음극재 쪽 성능 개선)을 동시에 쌓고 있는 셈이다.
나란히 놓으면 보이는 것
| 엘앤에프 | 에코프로 | 포스코퓨처엠 | |
|---|---|---|---|
| 선택 | LFP | 전고체 | LFP + 전고체(음극재) |
| 시점 | 2026년 하반기 양산 목표 | 2027년 이후 양산 | LFP는 이미 공급계약 체결 |
| 논리 | 원가 + 비중국 공급망 | 가격 경쟁 대신 기술 격차 | 위험 분산 |
세 회사 다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건 세 개의 다른 도박이다. 엘앤에프는 “LFP 수요가 예상대로 커진다”에 걸었고, 에코프로는 “전고체가 생각보다 일찍 온다”에 걸었고, 포스코퓨처엠은 “어느 쪽이 이겨도 나는 살아남는다”에 걸었다. 세 도박 중 누가 맞을지는 이 책이 나오는 시점에도 아직 결정 나지 않았다 — 그래서 세 회사 모두 뉴스룸에서 자기 선택을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다. 자신 있어 보이는 것과 검증된 것은 다르다.
이 갈림은 4장 ③절(폼팩터 삼파전)과 같은 모양이다. 같은 질문에 회사마다 자기가 이미 투자해놓은 것에 맞춰 답이 갈린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폼팩터는 “이미 셋 다 팔리고 있는 상품” 사이의 선택이고, 여기 LFP·전고체는 “아직 승부가 안 난 미래 기술” 사이의 선택이라는 것 — 그래서 이쪽이 더 위험한 도박이다.
참고한 자료 — 포스코퓨처엠 뉴스룸·퓨처엠스토리, 에코프로 뉴스룸. 엘앤에프는 자체 뉴스룸에 기술 콘텐츠가 없어 인터배터리 2026 현장 보도(아시아경제·이코노빌·투데이에너지)로 확인했고, 3사 전략 비교는 비즈니스포스트·CEO스코어데일리 기사를 함께 참고했다.
[3칸] 셀이 된다
폼팩터 — 원통형·파우치형·각형, 뭐가 정답인가
배터리는 세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둥근 캔처럼 생긴 원통형, 파우치(비닐 봉지) 안에 얇게 눌러 담은 파우치형, 각진 금속 캔에 넣은 각형.
셋 다 안에서 하는 일은 같다. 리튬이 왔다 갔다 하며 전기를 만드는 원리는 똑같다. 그런데 이 모양을 두고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이 세 회사가 하는 얘기가 다르다. 같은 질문 — “어느 모양이 좋은가” — 을 던져놓고 세 회사 자료를 나란히 읽어보자.
LG에너지솔루션: “우리는 셋 다 잘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인사이드에서 세 폼팩터를 나란히 설명하면서(2026.08.27), 셋 중 하나를 밀지 않는다. 대신 각 모양의 자리를 이렇게 정리한다.
- 원통형은 표준 규격(18650·21700·46시리즈)이 있어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LG는 여기에 CAS(Cell Array Structure)라는 독자 기술을 얹어 구조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열을 잘 빼는 쪽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 파우치형은 얇은 필름을 겉옷으로 쓰기 때문에 가볍고, 셀의 크기·두께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LG가 지금 제품 라인업을 제일 넓게 갖춘 게 이 폼팩터다.
- 각형은 튼튼하고 공간을 알차게 쓸 수 있다. LG는 최근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겨냥해 각형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요약하면 LG의 입장은 “용도에 맞춰 셋 다 만든다”다. 실제로 세 폼팩터를 전부 파는 회사는 배터리 3사 중 LG가 유일하다. 그러니 이 설명 자체가 곧 LG의 사업 전략을 대변한다 — 한 가지 모양에 걸지 않는 것 자체가 LG의 선택이다.
삼성SDI: “각형이 본진이고, 원통형은 새 전선(戰線)이다”
삼성SDI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안 된다. 이 회사는 폼팩터를 용도별로 나눠서 쓰고 있고, 최근 뉴스룸에 자주 오르내리는 건 그중 가장 오래된 사업이 아니라 가장 최근에 커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스스로 “핵심 무기”라고 부르는 건 여전히 각형이다.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의 주력 제품 P5·P6가 각형이고, 벤츠·아우디·BMW에 공급해왔다. 배터리 3사 중 각형에 가장 오래, 가장 깊이 발을 담근 회사가 삼성SDI다 (중국의 CATL·BYD도 각형을 주력으로 쓴다).
반면 스마트폰처럼 얇고 가벼워야 하는 기기에는 파우치형을 쓴다. 갤럭시 폴더블 같은 제품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가 여기 해당한다. 이건 전기차용 사업과는 결이 다른, 소형 IT기기용 별도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뉴스룸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원통형 얘기다. 여기엔 두 가지 계기가 겹쳐 있다. 하나는 BMW가 각형 단독 구조에서 벗어나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셀을 함께 요청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백업 장치(BBU)에 21700 규격 원통형 셀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2026.08.04)이다. 이 원통형 셀에는 셀 내부의 전류를 모으는 탭(tab) 구조를 없앤 ‘탭리스’ 기술이 쓰여, 저항을 줄이고 고출력·급속충전을 동시에 잡았다고 삼성SDI는 설명한다.
그러니 “삼성SDI = 원통형”이라고 읽으면 틀린다. 정확히는 “각형이 본진이고, 원통형이 자동차 밖(AI 데이터센터)에서 새 전선을 열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최근 뉴스가 원통형에 쏠려 있는 건 회사의 무게중심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새로 커지는 쪽이 뉴스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 이후 자동차 밖에서 새 고객을 찾는 움직임은 7장에서 다시 다룬다.)
SK온: “각형도 파우치형도 아닌, 둘을 합친다”
SK온은 아예 다른 길을 택했다. ‘파우치 통합 각형 셀’이라는, 파우치형 셀 여러 개를 알루미늄 케이스 하나로 감싸는 방식이다.
SK온이 이 방식을 설명하며 먼저 지적하는 건 기존 각형의 한계다. “각형은 규격이 정해져 있어 설계 유연성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로는 각형이 69%까지 성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짚는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하이브리드다. SK온이 내세우는 강점은 세 가지다. ① 알루미늄 케이스를 냉각판에 직접 붙여 열을 빠르게 빼내는 안전성, ② 케이스 안에서 전기 연결과 탭 방향을 비교적 자유롭게 짤 수 있는 설계 유연성(공간 활용도 약 6.1% 개선), ③ 기존 파우치형 생산 라인을 그대로 쓸 수 있어 새 설비 투자를 줄이는 원가 경쟁력.
세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보이는 것
| LG에너지솔루션 | 삼성SDI | SK온 | |
|---|---|---|---|
| 본진(가장 오래·깊게 하는 것) | 파우치형 (제품군 최다) | 각형 (전기차 P5·P6) | 각형·파우치 하이브리드 |
| 최근 뉴스가 쏠린 곳 | 원통형(46시리즈)·각형(북미 ESS) 확대 | 원통형 — BMW 요청 + AI 데이터센터 BBU | 신형 하이브리드 셀 |
| 근거로 드는 시장 | ESS(북미) | AI 데이터센터 | 기존 전기차·ESS |
| 강조하는 가치 | 포트폴리오의 폭 | 고출력·급속충전 (새 전선에서) | 안전성·설계 유연성·원가 |
☞ 읽는 법 주의: 이 표의 “최근 뉴스가 쏠린 곳” 줄과 “본진” 줄을 혼동하면 안 된다. 뉴스룸은 원래 하던 일보다 새로 벌이는 일을 더 많이 알린다. 그래서 뉴스만 보면 회사의 무게중심이 실제보다 더 많이 옮겨간 것처럼 보인다.
세 회사의 설명을 각각 읽으면 다 그럴듯하다. 문제는 셋을 동시에 읽을 때 드러난다 — “어느 폼팩터가 정답이냐”는 질문에 업계 전체가 아직 답을 못 내렸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세 회사는 지금 자기가 잘 만들 수 있는 것 혹은 이미 투자해 놓은 설비에 맞춰 각자의 논리를 짜고 있다. LG는 세 폼팩터 생산 라인을 다 갖고 있어서 “용도별로 다르다”고 말할 수 있고, 삼성SDI는 본진인 각형을 지키면서 원통형이라는 새 전선에서 다시 목소리를 내고, SK온은 기존 파우치 라인을 살리는 방향으로 각형의 장점만 흡수하려 한다.
즉 이 논쟁은 “기술이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라기보다, 각 회사가 이미 깔아놓은 설비와 자신 있는 기술을 어떻게 최선으로 포장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독자가 이 장에서 얻어가야 할 건 “정답은 이거다”가 아니라, 뉴스에서 “OO형이 대세”라는 기사를 볼 때 그게 업계 전체의 합의가 아니라 한 회사의 포지션일 수 있다는 걸 의심하는 눈이다.
여담: 이 절의 초고를 처음 쓸 때, 정작 이 문단이 경고하는 실수를 저자가 그대로 저질렀다. 삼성SDI의 최근 뉴스(원통형·AI 데이터센터)만 보고 “삼성SDI = 원통형”이라고 단순화했다가, “삼성SDI 주력은 각형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서야 고쳤다. 뉴스룸은 회사가 지금 알리고 싶은 것을 보여줄 뿐, 회사가 실제로 얼마만큼씩 하고 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이 책 전체에서 되풀이해서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참고한 자료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전지전능한 전지 이야기 — 배터리 폼팩터」(2026.08.27) / 삼성SDI 뉴스룸 원통형·AI 데이터센터 BBU 관련 소식(2026.08.04) / SK온 「Battery Deep Dive」 4대 R&D ⑦편 (SK이노베이션 매체 askinno 게재)